차량용 생존팩을 준비할 때 주위에서 손쉬울 수 있는 것들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큰돈도 필요 없습니다. 스페어타이어를 가지고 다니듯 트렁크에 생존팩을 준비해 두면 혹시 모를 비상사태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 당신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승용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의외로 많습니다. 출퇴근만 아니라 장단기 여행길에도 대개 승용차를 이용합니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각종 사고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위험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도 됩니다.
사례 1_강원도 폭설 대란
2011년 겨울, 강원도에서 100년 만의 대폭설이 내렸다. 순식간에 도로 여기저기 눈이 쌓여 길이 막혔다. 꼬리를 물고 늘어선 수많은 차가 외진 도로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며칠 동안이나 갇혀 있어야만 했습니다. 폭설과 강추위에 차 안의 사람들은 추위에 떨면서 배고픔과 목마름, 언제 구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날이 새기만 기다렸다. 얼마 후 기름마저 바닥나면서 시동이 꺼졌습니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몇몇 남성들은 가족을 차에 남겨두고 휴게소로 향했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을 한참 동안 걸어가 간신히 도착한 휴게소에서 그들은 가족이 먹을 것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차마 가족을 놔두고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구조의 손길은 날이 밝은 뒤에야 도착했다. 인근 군부대의 군인들이 빵과 물을 가지고 온 것입니다. 눈에 갇힌 사람들은 겨우 허기를 면할 수 있었지만 고립 상황은 3일간이나 지속되었습니다.
사례 2_계곡 조난
한여름, 차를 몰고 강원 국도를 여행 중이던 김 씨가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습니다. 환상적인 경치에 잠시 한눈을 팔다가 사고가 난 것입니다. 수십 미터 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차에서 그는 겨우 살아남았지만 크게 입었습니다.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설상가상 깊은 계곡 아래라 스마트폰마저 불통이었습니다. 차 안에 갇힌 채 먹다 남긴 과자로 연명하여 3일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의 신고로 수색이 시작되어 가까스로 구조될 수 있었습니다.
72시간을 대비하라
차 안에 약간의 물과 음식을 준비해 두면 갑자기 고립되어도 며칠간은 버틸 수 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겨울철 폭설로 인한 고립이든 여름철의 계곡 조난이든지 구조가 시작되어 발견되기까지 며칠 동안 큰 달 없이 이겨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통 사고가 나서 구조되기까지는 최대 3일이 필요한데, 이 시간이 지나면 조난자는 대개 탈진해서 죽거나 반대로 구조대가 구조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따라서 차에서의 3일, 즉 72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생존팩 준비는 필수적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합시다. 약간의 비상장비와 식량만 있어도 비상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는 트렁크와 사물함 등 각종 여유 공간이 많이 있으니 휴대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작은 배낭을 채우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잘 쓰지 않는 세차용품이나 여러 용품 등을 빼내면 배낭 하나 들어갈 자리는 충분히 확보될 수 있습니다.
생존팩 품목
차량용 72시간 생존팩은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비상 상황에 닥쳤을 때를 대비한 것입니다. 물과 먹을거리, 그리고 최소한의 장비들을 모아 놓은 팩으로 당신이 구조되거나 위험 지역을 빠져나갈 때까지 최소 2~3일간 버틸 수 있게 해줍니다. 생존팩을 꾸리는 데 필요한 배낭이나 내용물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값이 비싼 것도 아닙니다. 누구나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서 본인의 생각과 필요에 따라 장비나 목록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습니다. 다음 사항을 참고하여 나만의 생존팩을 꾸려봅시다.
배낭은 어떤 것이 좋을까?
비상 배낭이라고 하면 선뜻 디지털 무늬에 주머니가 많이 달린 멋진 군용 전술 배낭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생존팩용 배낭을 굳이 디자인이 좋은 새것으로 장만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 사용하지 않는 등산용 배낭 한두 개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니 그것을 이용합시다. 해외여행을 갈 때 여행사에서 받은 것도 좋습니다. 용량이 25L 이상 되는 배낭이면 충분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군용 전술 배낭 스타일은 비상시에 오히려 주의를 끌거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50L 등산 배낭처럼 지나치게 큰 것도 좋지 않습니다.
내용물을 점검하자
기능성 등산 재킷, 모자 또는 두건, 수건, 속옷, 양말, 장갑, 반바지. 우비, 생수병, 캔 음료, 고열량 비스킷, 초콜릿, 팥묵 및 에너지바, 사탕 및 포도당 캔디, 건빵 및 건조식량, 플라스틱 수저 및 나무젓가락, 비닐봉지, 고체연료, 나일론 줄(낙하산 줄), 마스크(미니 방독면), LED 플래시, 예비 AA건전지, 멀티툴, 선글라스, 핫팩(손난로), 가스라이터(파이어 스타터), 나침반, 호루라기, 지도, 정수 알약, 은박보온 담요, 구급약, 작은비누 및 칫솔 등.
품목별 활용법
기능성 재킷
추위와 비바람으로부터 일차적으로 내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장비입니다. 한여름이라 할지라도 야외에서 맞는 새벽녘은 꽤 춥습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이슬에 젖거나 바람이 불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기능성 재킷은 잘 말아서 배낭 안 가장 아래쪽에 놓습니다. 재킷도 굳이 새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안 입는 것을 사용하면 됩니다. 낡았다거나 유행이 지났다거나, 아니면 어디 한 군데가 헤졌다거나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해 입지 낳고 둔 것을 활용하면 됩니다. 소재가 고어텍스가 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방풍, 투습, 발수 등 기능성을 갖춘 재킷 종류면 됩니다. 여기에 발수 스프레이를 살짝 뿌려준 후 배낭에 넣어둡니다.
모자와 두건
추울 때는 인체 내부의 열 상당수가 머리를 통해서 빠져나가므로 잘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여름에는 머리를 비와 강한 햇볕으로부터 보호해야 합니다. 추운 겨울이라면 두터운 비니나 스키용 전면 두건도 활용합시다. 모자로 보호하지 못하는 얼굴을 포함한 머리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줄 것입니다. 핫팩이나 손난로는 추위를 견디는 데 가장 요긴하게 쓰입니다. 부피도 작고 저렴하며, 가슴에 품고 있으면 아주 따뜻합니다. 노숙할 때 가장 생각나는 물품이 될 것입니다.
수건, 속옷, 양말, 장갑
야외에서는 땀이나 비에 젖기 쉽습니다. 물에 빠져서 온몸이 흠뻑 젖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몸이 젖은 채로 오래 있으면 감기에 걸리거나 오한이 나서 에너지 소모가 심해집니다. 심지어 발이 썩는 '참호족'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물에 젖었을 때 신속히 수건으로 물을 닦고, 갈아입을 수 있는 속옷, 양말, 장갑 등을 준비해 둡니다.
물(정수 알약)과 각종 음료수
주로 혼자 차를 타고 다닌다면 물을 1~2L 정도 준비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두 명 이상 자주 탄다거나 차에 공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그 이상을 준비해 두는 게 안전합니다. 정수 알약이 있다면 더 좋습니다. 정수 알약은 물통 표면에 투명 테이프로 단단히 붙여 두어야 찾기도 쉽고 잃어버릴 염려도 없습니다. 캔 커피나 이온 음료를 한두 병 더 넣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준비해 둔 물은 여름철에 차가 갑자기 과열하거나 워셔액이 모자랄 때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상 식량
비상식량으로는 '다트렉스'나 'ERBAR' 같은 수입산 전문비상식품, 또는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에너지바'나 초콜릿, 건빵, 초코다이젯 같은 고열량 과자가 좋습니다. 생존팩을 처음 만든다면 마트에서 쇼핑할 때 '초코다이젯'이나 육포를 몇 개 사다 넣어두면 됩니다.
이렇게 가방이나 배낭에 소형 물병 몇 개와 초콜릿과 비스킷 등을 넣어두면 가장 기본적인 차량용 72시간 생존팩이 됩니다. 이것을 항상 자동차 트렁크 한쪽에 넣고 다닙시다. 언젠가 딱 한 번이라도 쓸 일이 생긴다면 바로 그때 이것이 당신과 가족의 목숨을 구해줄 것입니다.
생존팩은 한 사람이 최소 2~2일간의 생존을 목포로 준비하는 가방이므로 꼭 필요한 물품만 넣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또한 자동차 트렁크 안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계절에 따라 약간씩 품목을 조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겨울에는 두건과 핫팩을 추가하고, 여름에는 녹기 쉬운 초콜릿 대신 건빵을 준비하는 식입니다. 생존팩 식량 품목은 늦봄과 초가을쯤 연 2회 교체해 줍니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차 안에만 있다면 비바라믕ㄹ 막을 수 있고, 체감온도도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손난로와 담요로 잘 보온하고, 열량 높은 과자 등을 먹으면서 견디면 추위에 체력이 떨어져 위험해질 일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