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EDC(Every Day Carry) 준비
나의 삶을 바꾸는 재난과 사고는 예고 없이, 뜻하지 않게 찾아오게 마련이다. 직장에서 일할 때나 버스나 전철로 출퇴근할 때 혹은 퇴근 후 쇼핑하러 잠시 들른 백화점에서도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공사장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등이 그랬습니다.
가볍게 2011년 8월의 갑작스러운 블랙아웃 당시처럼 고층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몇 시간 동안 구조대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늦은 밤 술에 취해 홀로 길을 걷다가 뚜껑을 닫지 않은 맨홀이나 싱크홀 속으로 갑자기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주말에 친구를 만나러 간 지하철 역사나 지하 쇼핑몰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바람에 암흑과 유독 가스 안에 갇힐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이 같은 비상 상황에 부딪힐 확률은 낮지만 열거한 사건들은 모두 최근에 실제로 일어난 사례들입니다. 그 당사자가 내가 아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행운은 좀처럼 따르지 않지만 나쁜 일은 종종 벌어진다는 '머피의 법칙'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별일 없었다고요? 하지만 안심은 금물입니다. 당신 역시 일상을 살면서 몇 번쯤은 이런 위기의 순간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호주머니나 가방 안에 한두 가지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난관을 헤쳐 나가기도 훨씬 쉬울 것입니다. 맥가이버도 위기에서 탈출할 때 항상 주머니칼을 사용했습니다. 맥가이버칼이 없었다면 그 미니시리즈는 2편 이상 연재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재난을 예측할 수는 없어도 대비는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손쉬운 대비법으로 '생존 도구 챙기기'를 들 수 있습니다. 외출할 때 여자들은 핸드백을, 남자들은 크로스백이나 작은 손가방 혹은 배낭을 들고 다니는데 그 안에 몇 가지 물품을 넣어두면 됩니다. 시작은 작은 주머니칼이나 만능 도구, 플래시, 호루라기, 미니 방독면, 사탕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중에 관심이 생긴다면 좀 더 다양한 생존 도구들을 넣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외국과 달리 총기 소지가 허락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평소 가지고 다니는 가방이나 작은 가방 안에 여러 가지 생존 물품을 넣고 다니는 것을 'EDC(Every Day Carry)'라고 합니다. 생존카페나 외국의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면 많은 사진이 나오는데 그것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품목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몇몇 소형용품만으로도 EDC 준비는 충분합니다. 품목이 너무 많고 무거우면 휴대하기도 불편하고 힘이 듭니다. 또 기능이 서로 중첩되는 것이 많아져 자칫 비효율적으로 됩니다.
필수 품목
멀티 툴 혹은 소형 주머니칼, 미니 LED 플래시. 호루라기, 나침반, 우비나 은박 보온 담요, 예비 휴대전화 배터리, 펜과 종이, 라이터, 사탕이나 포도당 캔디, 소형 구급약(반창고, 연고, 진통제 등), 미니 방독면이나 마스크, 현금(비상시엔 현금만 통용된다)
추가 품목(가능할 경우)
나일론 줄이나 낙하산 줄, 라디오, 정수 알약, 호신용품, 선글라스, 장갑, 바느질 세트, 초콜릿바 같은 고열량 음식, 팩 음료, 청색 테이프 등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 안에 많은 생존 물품을 넣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은 꼭 챙깁시다. 살아가는 동안 한두 번 겪을지 모를 위급한 상황에서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상에서의 구명조끼인 셈입니다. 위에 언급한 필수 품목은 그리 무겁거나 크지 않아 여성용 핸드백 안에도 충분히 넣을 수 있습니다. 추가 품목은 조금 부티가 크거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들이므로 여유 공간이 있을 경우 추가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것들은 대개 주변의 생활용품점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3만원짜리 맥가이버칼도 좋지만 다이소에서 파는 3,000원짜리 멀티 툴도 괜찮습니다. EDC는 남에게 자랑하기 위한 게 아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므로 추후 고급 장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거나 안목이 생기면 그때 가서 좋은 것으로 구입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큰 중복투자는 아닌 셈이니 일단 작게 시작합시다!
남성이라면 작은 크로스백에 EDC를 넣고 다니면 됩니다.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면 호주머니에 라이터와 함께 미니 멀티 툴이라도 넣고 다닙시다. 그렇지만 날이 킨 폴딩 나이프를 소지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거리나 술집에서 시비 끝에 싸우다가 예기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거니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니까요.
EDC, 이렇게 활용한다
붕괴한 건물이나 갑자기 멈춘 엘리베이터에 장시간 갇히게 되면 사탕이나 포도당 캔디를 꺼내 먹으십시오. 기운을 내고, 구조대를 기다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침반과 플래시는 어두운 곳에서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게 해주고 호루라기는 힘껏 불어서 멀리 구조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비닐 우비나 은박보온 담요를 몸에 두르면 비와 바람, 추위에 견딜 수 있습니다. 퇴근길 지하철이나 건물에서 갑자기 불이 난다면 가방에서 일회용 마스크나 미니 방독면을 꺼내 착용하고, 플래시로 불을 비춰서 탈출로를 찾으십시오.
멀티 툴과 소형 서바이벌 칼은 쓸모가 많습니다. 여자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해도 작은 일회용 라이터 등을 지참합시다. 어둠 속에 갇혔을 때 빛을 밝힌다든가 불을 피울 때, 혹은 구조용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갑자기 싸움이 벌어져 주먹을 날려야 한다면 일회용 라이터를 꼭 쥐고 펀치를 날려 보세요. 파괴력은 훨씬 세지고, 손도 덜 아프며, 덜 다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