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막 "국가적 대재난이 발생했다"는 긴급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마트로 달려가 쌀과 라면 등 먹을거리를 많이 사 옵니다. 이후 당신의 거주 지역은 생전 처음 경험하는 대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간발의 차이로 구할 수 있었던 비상식량 덕분에 당신은 굶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얼마 후 문제는 해결되었고 사회는 다시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당신은 재난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때 만약 이런 품목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우유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우유가 비상식량으로 좋은 이유
생우유는 부피가 크고 무겁습니다. 신선식품이라 장기 보관도 안 됩니다. 하지만 가격 대비 효율 면에서 보면 우유는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해 주는 매우 훌륭한 식품입니다. 평상시에는 육류를 섭취하여 단백질과 지방을 보충하면 됩니다. 그러나 재난이 닥치면 고기가 귀해지게 마련이라 다른 식품을 통해 영양분을 보충해야 합니다. 쌀이나 곡류 국수 등에는 지방질이 거의 없으므로 우유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지방 성분은 당신의 영양 균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유는 사실 칼슘 섭취보다 단백질 섭취 면에서 더 효과적입니다. 단백질량이 상당한 데다가 소화와 흡수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위장에 유당분해 효소가 없는 사람은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 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조금씩 마시는 연습을 해두면 유당 처리 능력이 늘어납니다. 또한 요즘 아이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젊은이는 우유를 일상적으로 마시면서 자랐기 때문에 섭취에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우유 대신 전지분유
재난이 발생한 도시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순식간에 상품들이 바닥나게 마련입니다. 빵과 라면 생수 등이 가장 먼저 동나고 그 뒤를 이어 기저귀와 분유가 사라집니다. 그런 마당에 완전식품인 우유를 구경하기란 애당초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시중에 우유를 열풍으로 건조해 가루로 만든 전지분유가 유통되고 있으니까요. 전지분유는 아기들이 먹는 유아용 분유와는 좀 다른데 전지분유 혹은 탈지분유로 구분하여 1kg 단위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1kg당 5,000kcal를 내는 고열량 식품이라 에너지 보급으로 최고의 식품입니다. 힘들고 추운 재난 상황에서는 더없이 훌륭한 비상식입니다.
전지분유는 대형마트의 분유 판매대 아래쪽 선반, 혹은 고객의 손길이 좀 뜸한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방질을 뺀 탈지분유는 조금 더 비싸지만 지방이 빠진 대신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습니다. 산화에 가장 민감한 지방 성분을 뺀 덕분입니다. 전지분유나 탈지분유는 빵과 제과 제조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피트니스 클럽에서 몸매를 다듬는 사람들이 근육량을 늘릴 때 단백질 보충제처럼 먹기도 합니다.
얼마나 유효한가, 효과는?
전지분유의 유효기간은 1년입니다. 가루로 되어 있어 보관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과 지방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최고의 비상식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지분유에 들어 있는 지방은 3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가운데 열량을 가장 많이 내주며, 추위를 견디게 해주고, 몸을 둘러싼 지방층 형성에 꼭 필요한 성분입니다.
3분 즉석 요리류
우리가 흔히 반찬이 마땅하지 않을 때 찾게 되는 3분 짜장, 3분 카레, 3분 완자 등을 '레토르트 식품'이라고 부릅니다. 레토르트 식품은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살균하여 알루미늄 봉지에 포장한 식품을 말합니다. 유통기한은 보통 2년입니다.
레토르트 식품은 봉지째 뜨거운 물에 데우거나 내용물만 덜어내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편리한 먹을거리입니다. 비상시에는 데우지 않고도 먹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개당 천 원대로 저렴한 편입니다. 레토르트 식품 한 종류만 있으면 밥에 비벼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 권하기 좋습니다. 가정에서 준비하는 비상식량 품목으로 매우 좋은 식품입니다. 3분 햄버거나 완자 등 다진 고기가 들어 있는 레토르트 식품은 다른 것보다 약간 더 비싸지만 짜장, 카레류와 별도로 좀 더 사둘 만합니다.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
모순되게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저렴한 가격 탓에 처음 구입할 때 욕심을 부리게 되기 떄문입니다. 필요 이상 많이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평소에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힘듭니다. 레토르트를 한 번에 많이 사두면 유통기한 역시 한 번에 끝나버리기 때문에 처리에 곤란을 겪게 됩니다. 그러므로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무리하게 사기보다는 평소에 조금씩 나눠서 사는 게 좋습니다.
보관과 처리
해외 프리퍼의 블로그나 책에서는 "비상식량을 저장할 때 날짜와 목록을 기록하고, 먼저 산 것을 먼저 먹을 수 있도록 선입선출법을 적용하라"고 충고합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 집 안 한구석에 쌓아놓은 것들을 항상 체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것들을 날짜 때문에 일부러 먹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비상식량은 비상식량으로 끝냅시다. 유통기한 끝까지 가지고 있지 맙시다. 평소에 먹기 힘들다면 대강이라도 유통기한 날짜를 박스 위에 적어둡시다. 종합 목록을 만들어 노트에 적어도 좋습니다. 그러다가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지역 푸드뱅크에 기부하거나 이웃의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 드립니다. 좋은 이웃도 될 수 있고, 음식 낭비도 피할 수 있습니다. 비상시에는 평소에 쌓아둔 친절이 큰 도움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