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중국 쓰촨성 대지진과 일본의 3월 11일 대지진 이재민 수용소, 시리아 인근의 피난민 수용소를 봅시다. 급조된 대피소에 수많은 이재민이 몰려들면 환경은 열악해지게 마련입니다. 일반식 제공이 불가능한 상태라 하루 몇 개의 빵이나 똑 혹은 바나나, 컵라면, 말죽만 제공되어도 감지덕지하지요. 부실한 식사가 계속되면 사람들은 필수 영양소 외에도 무기질이나 비타민이 부족하여 다양한 결핍 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정신적 충격과 공황 상태에서 무기질과 비타민 부족이 지속되면 뇌의 활동이 떨어지고 신체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만사를 귀찮아하거나 움직이게 싫어지는 무기력증이 나타나고, 작은 일에도 쉽게 분노하는 폭력성이 증가합니다.
시리얼은 서양 사람들의 식탁을 넘어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된 식사 대용품입니다. 무게가 가볍고 열량이 높으며 보관하기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외에 여러 종의 무기질과 비타민 등 사람에게 필요한 1일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고, 맛도 다양해서 비상식량으로 안성맞춤입니다.
먹는 방법
시리얼은 과자처럼 그냥 씹어 먹어도 되지만 가루우유(전지분유)를 물에 타서 넣어 먹을 수도 있습니다. 라면이나 밥처럼 물과 불을 이용해서 조리할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여러 가지 비상식량 중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품이기도 합니다.
시리얼 고르기
시리얼을 구입할 때는 뒷면의 성분표를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순수하게 옥수수로만 만든 것보다는 아몬드를 첨가하거나 바나나 칩, 건포도, 크랜베리 등 말린 과일이 들어간 제품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옥수수와 견과류, 건과일의 조합은 한 끼에 필요한 열량과 각종 영양소를 제공하는데 충분합니다. 비타민제를 따로 챙겨 먹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다만 견과류와 건과일이 들어간 시리얼은 순수한 곡물 시리얼보다 유통기한이 짧다는 게 단점입니다.
즉석 분말 수프
3월 11일 대지진 때 수용소 안에 계셨던 어느 할머님의 인터뷰에서 할머님은 겨우 시리아 대피소로 오긴 왔는데 눈 오는 3월에 커다란 체육관 안에서 얇은 담요 한 장 덮고 지내려니 너무 춥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따뜻한 국이나 음식을 좀 먹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할머님의 말처럼 재난을 피해 집 밖으로 나왔다면 항상 춥고 떨릴 것입니다. 한여름에도 새벽녘에는 꽤 서늘한데 변변한 옷이나 담요도 없이 한 데서 밤을 지새우려면 몇 배 더 추울 것입니다. 이럴 때 수프처럼 따뜻한 음식을 섭취하면 몸을 녹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즉석 수프가 좋은 이유
비상식량을 비축할 때 반드시 즉석 분말 수프를 준비합시다. 조리 과정이 간편하고 영양적인 면도 좋지만 가장 큰 장점은 따뜻한 음식이라는 데 있습니다. 비상시에는 누구나 격심한 생존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됩니다. 눈앞에서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는 걸 보며 정신적 충격과 공황에 빠지게 마련입니다. 건강한 젊은 사람이나 남자들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여성이나 어린이, 노약자들은 충격을 더 심하게 받으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릴 확률도 높습니다. 당연히 입맛도 잃게 됩니다.
이때 뜨거운 물에 가루를 풀어 잠시 끓여주면 완성되는 즉석 수프는 최고의 음식입니다. 특히 아이들이나 노약자, 환자에게 제격입니다. 추운 곳에서 들이키는 뜨거운 수프 한 접시는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쓴 입맛을 달래주며 기운을 내게 해줍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냅니다.
얼마만큼 준비할까?
즉석 수프의 종류에는 쇠고기, 버섯, 옥수수, 크림 등이 있습니다. 대가 1kg짜리 업소용 대용량과 가정용 소용량으로 판매됩니다. 쇠고기 수프 1kg짜리에 62인분이라고 적혔지만 실제로는 양식당에서 요리를 먹으면서 전식개 념으로 먹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식사 대용으로 이것만 먹고 배를 채우려면 최소한 2~3배를 더 먹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대용량을 준비해 두는 게 좋습니다. 첨가물에 따라 쇠고기, 버섯, 옥수수, 크림 수프 등으로 나누어지지만, 쇠고기 수프라고 해도 실제 쇠고기가 많이 포함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작은 고기 조각이 씹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효과는 의외로 커서 내가 지금 고기를 먹는다는 심리적 안도감과 포만감, 만족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수프와 비슷한 식품으로 즉석 죽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물만 붓고 몇 분 정도 약하게 끓여 주기만 하면 됩니다. 인스턴트 수프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노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비상시 밥을 먹게 힘들어하는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즉석 수프의 유효기간
보통 즉석 분말 수프의 유통기한은 1년이지만 비닐을 한 겹 더 포장하거나 은박 마일러백에 넣어둔다면 보관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여 잘 씻어 말린 2L 생수 페트병이나 맥주 페트병을 이용해서 보관해도 좋습니다. 빈 통에 가루를 털어 넣고 산소흡수제나 수분흡수제 등을 넣어 주면 됩니다.